"제발 소리 그만 질러라"…팔 안으로 안 굽는 '김진표 리더십'

입력 2023-09-23 09:2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천막 단식 투쟁 등으로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과 동시에 큰 혼란을 겪은 가운데, 여야의 무질서 속에서 중립을 지키며 탁월한 '중재 리더십'을 보인 김진표 국회의장을 놓고 정치권의 호평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설명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장관은 "대규모 비리의 정점은 이재명 의원"이라고 지적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네가 장관이냐", "장관이 검사냐", "여기가 재판이냐" 등 항의했다. 항의를 주도한 의원들은 대표적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으로 파악됐다.

약 23분간 이어진 고성 항의 속에서 민주당 출신 김 의장은 의석에 앉아 연신 소리를 지르는 민주당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하며 중재에 나섰다. 김 의장은 "의원 여러분.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안건이다. 국회법에 따라서 법무부 장관이 제안 설명을 하게 돼 있다"며 "지금 중요한 부분이니까 의원님들은 경청하실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설명에도 좀처럼 항의가 잦아들지 않자 김 의장은 "좀 조용히 들어달라. 의석에서 소리 지르는 행위 제발 좀 그만하라"면서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호통을 쳤다. 이어 "의원님들과 법무부 장관이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법무부 장관은 피의사실공표나 이런 쪽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요약해서 설명해주시길 바란다"고 재차 당부했다.


이어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 사태를 조율한 김 의장은 한 장관에게 발언을 축소할 것을 요청하며 최종 중재했다. 이런 김 의장 의사진행을 두고 일각에서는 호평이 나오기도 했다.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가장 놀라운 장면을 꼽자면 김 의장의 의사진행이었다. 한 장관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소리친 장면"이라며 "아무리 의장은 당이 없다지만,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인데 최선의 중립을 지키려는 모습이 좀 놀라웠다"고 평가했다.

'의회민주주의 복원'을 위해 국회의장으로서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다. 김 의장은 지난 5일 이 대표가 단식 투쟁을 벌이는 국회 본청 앞 천막을 찾았다. 김 의장이 민주당 출신인 만큼, 방문 당시 이 대표를 향한 지지·응원 성격의 방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김 의장은 이 대표와 민주당을 사실상 꾸짖고 자리를 떠났다.

김 의장은 이 대표에게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비판하면서 "벌써 2번이나 민주당의 일방 본회의 통과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했다"며 "(거부권 행사가) 사전에 예고된 게 분명한 사안에 대해 반복적으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단독 처리를 계속하는 게 과연 국민들이나 나라를 위해서나 민주당을 위해서 옳은 거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법안을 일방 통과시킨 것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간호법과 양곡관리법을 민주당이 재추진할 방침인 데까지 우려를 표한 것이다. 김 의장은 "민주주의라는 게 51대 49로 국회가 구성됐다고 할지라도 51%가 주장하는 10개를 한 번에 다 (처리하지) 못하면 그중에 6개, 7개라도 살리고 나머지 3개, 4개는 양보해서 타협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국민 70~80%가 '그만하면 됐다'고 만들어주는 게 제대로 된 의회민주주의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의장의 이런 중립 행보는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에겐 '눈엣가시'다. 당시 김 의장의 발언은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송출됐는데, 이 대표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1초에 1~2개꼴로 김 의장을 비판하는 채팅을 쏟아냈다. "김진표 국짐(국민의힘 비하 용어)이냐", "무슨 낯짝으로 왔냐", "윤석열 폭정을 얘기하라", "김진표 이 인간 진짜 가만두면 안 된다", "친일파냐" 등 원색적인 욕설과 비난이 이어졌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의장의 방식이 정상적인 거고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거다. 그렇게 안 했던 게 문제이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본다"며 "국회의장은 당적이 없다. 김 의장처럼 하라고 당적을 못 갖게 하는 것이다. 역대 국회의장 대부분은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했다고는 보지만, 안 그랬던 사람이 있으니까 대비효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의장은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아무리 어려워도 대화와 타협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이 의회민주주의"라며 "국회의장은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중재와 협상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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